지난 글에서 BMW 630i GT를 중고로 사게 된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막상 차를 사는 것 보다 어떤 차를 살지 고르는 과정이 훨씬 길고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중고차 고르는 법도 생겼다.
매물을 여러 대 보다 보면 이 차가 좋아 보였다가 금방 또 다른 차가 눈에 들어온다.
연식이 좋으면 사고이력이 있거나 주행거리가 많고, 키로수가 짧으면 연식이 아쉽거나 원하는 옵션이 빠져 있었다.
조건이 다 마음에 들면?
당연히 가격이 비쌌다.
처음에는 매물을 여러 개 띄워놓고 돌아가며 계속 비교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방법을 바꿨다.
자세하게 볼만한 진짜 매물 줄이기
세부 모델 / 년식 / 주행 거리 / 가격 범위를 정해 필터링을 한 뒤에 굳이 볼 필요 없는 매물부터 하나씩 지워 나갔다.
이 방법이 훨씬 빨랐다.
그래야 내가 실제로 살지 말지 고민해볼 만한 매물만 남는다.
필터링한 매물 범위 안에서 원하는 필수 옵션, 사고 이력(보험 이력), 성능기록 부 등을 빠르게 확인했다.
기본 조건에서 너무 벗어나면 거기서 끝냈다.
그리고 중고차를 보다 보면 기준이 자꾸 올라간다.
조금만 더 쓰면 연식이 좋아지고, 거기서 조금만 더 쓰면 키로수도 짧아진다.
그러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예산 범위는 어느새 사라진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무튼 그렇게 1차로 검토 대상을 줄여 놓고 나서 매물 사진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사진만 봐도 걸러지는 매물이 있었다
적혀 있는 내용은 괜찮은데 막상 매물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안 가는 경우도 많았다.
주행거리가 짧다고 해서 상태가 생각만큼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을 알았다.
6GT는 알다시피 패밀카 목적으로 많이 구매한다. 실제로 본 매물 중에서도 가족용으로 탄 흔적이 많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키로수는 짧은데 시트가 많이 눌려 있거나 가죽의 주름이 심한 차도 있었고, 하이그로시에 상처가 많고, 실내 트림(특히 도어쪽)이 상해 있거나, 뒷좌석 사용감이 유난히 많은 차도 눈에 띄었다.
판매 전에 세차도 하고 어느 정도 상품화도 해놓았을텐데도 몇 년 동안 어떻게 탄 차인지까지 전부 감춰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외관도 중요하지만 실내 사진을 좀 더 신경써서 봤던 거 같다.
물론 실내가 험하다고 해서 차를 함부로 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실내가 깨끗하다고 해서 기본 정비까지 완벽하게 잘한 차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실.내외를 깔끔하게 유지하며 탄 것 같은 매물에 아무래도 더 마음이 갔다.
평소에 차를 이 정도로 신경 써서 탔다면 소모품이나 이상이 생겼을 때도 그냥 방치하지 않고 바로바로 정비했을 가능성이 조금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물을 비교할 땐 여러 플랫폼을 봐야한다
사진을 확인하고도 마음에 드는 매물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인해보았다.
여기부터는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몇천만 원짜리 차를 사는 건데 이 정도의 귀찮음은 충분히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엔카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으면 KB차차차에도 같은 차가 올라와 있는지 찾아봤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면 한 번 더 확인해봤다.
그러다 의외의 걸 몇 번 발견했다.
분명 같은 차인데 사이트마다 판매가격이 달랐다.
사진도 같고, 연식과 주행거리도 같고, 판매하는 곳도 같은데 가격이 달랐다.


왜 그렇게 올라온 건지는 판매자마다 이유가 다를 테니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차가 다른 곳에는 얼마에 올라와 있는지 아느냐 모르느냐였다.
이미 한쪽에 더 낮은 가격이 공개돼 있다면 그 가격을 알고 판매자와 이야기하는 게 당연히 낫다.
그래서 조금 귀찮더라도 관심 가는 매물은 다른 플랫폼에서 한 번 더 찾아봤다.
보험이력과 성능기록부 확인하기
성능·상태점검기록부도 상태표만 보고 넘기지 말고 맨 아래쪽에 적힌 점검 날짜도 봐야한다.
그 날짜가 매물을 가져봐 판매 시작하기 전에 성능 검사를 한 날, 즉 매입한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현재 규정상 매수인에게 발급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발급일 기준 120일 이내에 이뤄진 점검 내용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날짜가 꼭 매매상사에 들어온 날짜라는 뜻은 아니다. 기존에 받았던 날짜가 120일이 넘어서 다시 검사 받은 날짜 일수도 있다.
오래 안 팔렸다고 문제가 있는 차라는 뜻은 아니다.
가격을 높게 내놨을 수도 있고, 색상이나 옵션 때문에 늦게 팔렸을 수도 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기준에 가까운 매물이라면 오래 가지고 있던 사실을 알고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판매하는 입장에선 오래 가지고 있는게 부담일 수 있으니 아무래도 가격 조율에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협상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찔라보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험이력도 비슷했다.
보험이력이 깨끗하면 일단 플러스다.
그런데 매물을 여러 대 보다 보니 여기에도 숨은 내용이 있을 수가 있었다.
카히스토리도 보험사에 사고가 접수되지 않았거나 보험사고 처리가 되지 않은 내용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직접 안내하고 있다.
또 실차 점검과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등을 함께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그래서 나는 엔카에 표시된 내용만 보는걸로 끝내지 않고 자동차365, 카히스토리, 헤이딜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병행해서 찾아봤다.
‘보험이력 없음 = 아무 일도 없었던 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로 관심 있게 보던 매물 중에 보험 사고 이력에 내차피해 ‘미확정’이라고 떠있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사고라 미수선 처리한 한건가라고 생각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른 플랫폼을 통해 자료를 더 확인하면서 실제 보험처리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천만 원을 넘는 보험 처리 이력이었다.
아마 판매자도 속일려고 그렇게 한 건 아니고 보험처리 관계상 저렇게 표시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어쨋든 여러 루트로 확인해서 정확한 보험 처리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보험 처리 금액을 확인하고도 더 이상 해당 매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보험처리 금액이 1천만 원 넘게 수리한 차는 무조건 사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재미있게도 내가 산 매물 역시 보험처리 금액이 적지 않았다.
내가 중요하게 본 건 숫자보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디를 어떻게 고쳤고, 그 내용을 내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느냐였다.
처음 매물 사진과 판매정보를 봤을 때와 다른 자료까지 확인한 뒤의 느낌이 너무 다른 매물들은 후보에서 뺐다.
최종 후보 다 골라뒀는데 마지막 날 새로운 매물이 올라왔다
하나를 지우고 또 하나를 지우다 보니 마지막에는 최종 후보로 세 대가 남았다.
며칠 동안 그렇게 봤으니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셋 중 하나를 고르면 됐다.
각자 장단점은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돈을 주고 살 만한 차들이었다.
이제 셋 중 하나만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새롭게 올라온 매물들 중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연식에 비해 키로수는 조금 많았고 보험처리 이력도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보던 조건만 놓고 보면 감점할 부분이 두 개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조건들을 하나씩 확인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결국 그 차를 샀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량이다.
보험처리 금액이 적지 않은 이 차는 왜 샀을까.
그 차이는 사고금액이 아니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려고 한다.

내가 다시 중고차를 산다고 해도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예산 안에서 후보를 먼저 줄이고 → 사진 및 매물 정보에 대해 자세히 보고 → 같은 매물에 대해 다른 플랫폼에서도 찾아보고 → 보험·성능·수리이력을 확인하고 → 그래도 괜찮은 차만 직접 보거나 검수를 맡긴다.
모든 매물을 이렇게까지 파볼 필요는 없다.
정말 살 가능성이 있는 차에만 시간을 쓰면 된다.
집에 앉아서 좋은 중고차를 완벽하게 골라낼 수는 없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직접 보러 가기 전에 굳이 볼 필요 없는 차를 꽤 많이 걸러내는 건 가능했다.
살말노트 판정
직접 써보고, 알아보고, 따져본 뒤 내리는 살말노트의 최종 판단입니다.
[말] 판매글 하나만 보고 중고차 고르기
중고차 플랫폼의 사진과 설명은 관심 매물을 찾는 데는 정말 편하다.
하지만 몇 천만 원을 실제로 쓸 차라면 거기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같은 차가 다른 플랫폼에는 얼마에 올라와 있는지, 보험이력에서 빠진 내용은 없는지, 성능기록부와 수리·정비이력에는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말이다.
조금 귀찮을 수는 있다.
그래도 중고차 한 대 잘못 사서 몇 년 고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귀찮을 것이다.
돈 쓰기 전에, 한 번 더.
— 살말노트